자기개발

성공한 개발자와 행복한 개발자

falconer 2007. 5. 9. 19:03

행복은 미래에만 있다

우리는 성공이 꼭 행복의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 믿고 있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행복 수준이 당첨 이전보다 못하다는 연구 결과 소식을 들으며 자신을 위로한다. 하지만 마음으로까지 믿지는 못하고 성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저당잡힌 채 산다. 그들에게 행복은 늘 미래시제 속에만 존재한다.

몇 년 전 모 개발자 게시판에서 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떤 여성 개발자가 결혼 후를 위해 가구나 전자 제품도 싼 것으로 사고, 여행도 가지 않고, 모두 결혼하고 나면 써야지 하면서 저축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서른이 넘고 어느날 문득 눈을 떠봤더니 글쎄 자신이 불행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특히 여자 후배들에게는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바로 해라”고 조언을 했다. 아마 대다수의 개발자들이 공감하는 바일 것이라 생각한다. 대상이 결혼이 되었건 집이 되었건 간에.


행복해야 성공한다



습관의 심리학
(이미지 출처는 aladdin.co.kr)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가 최근 저술한 "습관의 심리학"이라는 책 5장 제목은 "성공습관보다 행복습관을 먼저 연습하라"이다. 앞부분에서 곽금주 교수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말을 하고 있다. 최근 심리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식과는 달리 성공과 행복의 인과관계가 반대라고 한다. 즉, 현재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성공(예컨대 경제적 부, 사회적 위치 등)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리학자들은 성공보다 행복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행복과 성공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한다.

곽금주 교수는 긍정심리학의 대부라 불리는 마틴 셀리그만(Martin E. P. Seligman)의 보험설계사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이 부분은 셀리그만의 원저 "Learned Optimism"(국내에 번역되었으나 절판된 것으로 보임)이라는 책의 "일에서의 성공"(Success at Work) 장을 참고하도록 하자. 훨씬 더 상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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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인 사람은 더 높은 실적을 낸다



LEARNED OPTIMISM
(이미지 출처는 amazon.com)


메트라이프(Met Life)에서 보험설계사를 뽑을 때 한 집단은 직무 수행 능력이라는 전통적 잣대로 뽑고, 다른 집단은 낙관적 태도를 기준으로 뽑았다. 사실 두 번째 집단은 한 가지 기준이 더 있었다. 직무 수행 능력 시험에서 낙제점에 가까워야 했다. 12점이 최저 통과 점수면, 11점이나 10점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뽑았다. 전통적 방식에서는 떨어질 사람들이다. 셀리그만은 이 집단을 "특별팀"(Special Force)이라고 불렀다.

낙관적인 사람과 비관적인 사람이 섞여 있지만 직무 수행 능력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과 낙관적이지만 직무 수행 능력 시험에 떨어진 두 개의 집단. 실적을 비교한다면?

우선 일반 집단의 경우를 보자. 첫 1년 동안에는 낙관적인 사람(평균보다 낙관성 정도가 높은 사람들)이 비관적인 사람(평균보다 낙관성 정도가 낮은 사람들)보다 단지 8%만 실적이 높았다. 하지만 두 번째 해에는 낙관주의자가 31% 실적이 높았다.

특별팀은 좀 더 극적이다. 첫 해에 특별팀은 일반팀의 비관주의자들보다 21% 높은 실적을 냈고, 두 번째 해에는 57%나 높은 실적을 냈다. 그렇다면 일반팀 전체와 비교한다면? 특별팀은 2년 동안 일반팀에 비해 27% 높은 실적을 냈다. 낙제점의 낙관주의자들은 합격점의 낙관주의자와 최소한 같은 수준의 실적을 냈다.

셀리그만의 최근 저작인 "긍정심리학"(Authentic Happiness)에는 비슷한 사례들이 좀 더 소개된다.



긍정 심리학
(이미지 출처는 aladdin.co.kr)


  
 ... 실제로 더 행복해하는 사람일수록 생산성이 높고 수입이 더 많다는 게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272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긍정적 정서를 측정하여 합계를 낸 다음, 그로부터 18개월 동안 그들의 업무
수행 능력을 조사한 연구가 있었다.
그 결과 더 행복한 사람은 상사의 업무수행 평점이 훨씬 높아졌으며, 봉급도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레일리아 청소년들을 15년 동안 추적 조사한 대대적인 연구에서도 행복이 취업과 고수입의 가능
성을 훨씬 더 높여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험을 통해 행복감을 유발한 다음 그들의 업무수행 능력을 살펴보면서 행복과 생산성 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인지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한 결과, 기분이 좋아진 어른과 어린이는 훨씬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과제 수행 능력도 더 우수하며, 철자의 위치를 바꾸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게임 등을 할 때도 훨씬 더 끈기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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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개발자를 뽑아라



37signals.com
(37signals.com의 첫 화면)


참신한 웹 2.0 서비스를 많이 만들고 있는 37signals라는 회사에서 지난 SxSW 2005에서 발표를 하나 했다. 제목은 How to Make Big Things Happen with Small Teams. 작은 팀으로 어떻게 큰 일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발표이다. 발표자인 제이슨 프라이드(Jason Fried)는 작은 힘으로 큰 효과를 내려면 "잘 맞는 사람"(the right people)을 뽑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그런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열정적이고 행복하다, 여러 방면에 걸쳐 균형이 잡혀있다(well rounded), 학습이 빠르다, 글을 괜찮게 쓴다(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것), 믿음직하다. 그리고는 다음 장에서 배경이 적색으로 바뀌면서 인상 깊은 문구가 드러난다.

  
"I'll take someone happy and average over a guru who is disgruntled and frustrated." 
"나는 뚱하고 불만스러운 고수보다는 행복하고 평균적인 실력을 가진 사람을 뽑겠다." 

필자는 컨설팅, 코칭업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임베디드부터 웹까지), 다양한 경력(신입부터 40년차까지)의 개발자들을 만나봤다. 흥미롭게도, 낙관적이고 현재 삶에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일수록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고수들 중에는 비관주의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정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낙관주의는 개인의 성과에만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비관주의는 보통 냉소주의를 수반하는데, 이 냉소주의는 전염 효과가 매우 강하다. 조직에 냉소적인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 사람이 툭툭 던지는 한 두 마디에 다른 사람들은 마음과 열정이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냉소주의자들은 통상 낙관주의에 부풀은 신입들이 들어오면 "나이브"하다고 조소하며 그들에게 어떻게든 패배주의를 안겨주고 싶어한다.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그거 봐, 내가 실패할 거라고 했지!"라고 비웃으며 '냉소주의당'에 입당할 것을 권유한다. 조직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빨리 찾아서 재교육을 하거나, 다른 위치로 옮기거나, 혹은 다른 직장을 찾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런 연유로 필자 역시 사람을 뽑을 때 낙관적인가, 현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등을 살핀다. 그런 요소가 단기에 성과로 전환되지는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피드백 주기가 짧고 빠른 학습이 이루어지는 환경에서는 단기간에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필자가 일하는 환경에서는 장기간의 경험을 단기에 압축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장기 이자율이 좋은 사람이 단기간에도 뛰어난 성과를 낼 수 밖에 없다 -- 반대로 단기간의 이득만 보고 사람을 뽑았다가는 "단기간에" 후회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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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쩌라고

자, 독자들은 여기까지 보고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다. 낙관주의면 더 행복하고, 성공확률도 높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비관주의자로 30년을 살았다. 지금 행복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나는 어쩌라고? 앞에서 언급한 셀리그만의 책 이름이 Learned Optimism이다. 바꿔 말하면 낙관주의를, 행복을 학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최근 들어 돌고 있는 긍정심리학의 실천적 테제이다. 자세한 내용은 최근 쏟아져 나오는 긍정심리학 서적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여기에서는 일상에서 간단히, 오늘 당장 실행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마치도록 하겠다.

의외로 행복해지기 쉽다. 필자는 지난 3월 블로그에 즐거운 경험이란 글을 썼다.

  
그렇다고 꼭 동참할 사람이 있어야, 혹은 윗사람이 허락해줘야 이런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나 자신를 위해 즐거운 경험을 주기적으로 마련해보세요. 내가 속한, 혹은 나라는 시스템 속에 스스로 위로
해주고 토닥여 주는 요소를 만들어 넣으세요.
뭐 대단한 건 아닐지라도 말이죠. 수고한 자신을 위해 작은 상을 주세요. 즐거워지는 것 의외로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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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점심 시간에 샌드위치를 사서 일이십분 거리로 산책을 떠나보자. 길가에 피어난 꽃들도 구경해 보자. 퇴근할 때에는 포도주 한 병을 사가지고 들어가서 분위기를 내보면 어떨까(아직 독신일지라도 말이다)? 하루 종일 일한 상으로 값비싼 아이스크림을 자기에게 선물하는 건 어떨까? 소소한 행복 습관을 당장 실행해 보라. 의외로 쉽다는 것에 놀랄 것이고, 일하는 스트레스도 금방 줄어드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런 작은 행복을 만들다보면 좀 더 큰 행복을 만들기도 쉬워진다.

성공한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 오늘 당장 행복한 개발자가 되도록 하자. 하지만 명심하자. 행복의 부재를 외부 여건으로만 돌리지 말자. 회사가 나의 행복을 책임지지 않는다. 결국 내 행복은 내 책임이다. 내 행복은 결국 내가 관리해야 한다. 오늘 당장부터.

출처 : http://www.ibm.com/developerworks/kr/library/dwclm/2007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