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초기부터 "로마군대는 병참으로 이긴다"는 평판이 자자했던 것과 함께 제정시대의 로마군 명장 코르불로는 "로마군대는 곡괭이로 싸운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로마군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우선 숙영지부터 건설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먼저 병사들은 숙지된 매뉴얼에 따라 자리를 잡고, 연설대와 성화대를 짓고, 천막을 설치하고, 숙영지를 청소하고, 식사를 준비했다. 시설물 간의 거리, 청소방법, 설거지 및 불의 처리법, 화장실 설치, 야간의 보초 교대까지, 식사 내용 빼고는 모두 교본대로였다. 이같은 숙영지 건설법은 나중에 서방세계 도시설계의 기본으로 발전할 정도로 정교하고 효율적이었다.
불과 하룻밤 사용할 숙영지도 우직하게 교본대로 건설하는 전통은 제정 말기까지 지속됐다.
우리는 태권도 유단자의 멋진 이단 옆차기나 돌려차기 기술을 보며 감탄합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기술을 묵묵히 받쳐주고 있는 태권도의 기본훈련들, 어찌 보면 지루하기만 한 반복훈련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세계사에 빛나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로마. 그 로마의 군대는 멋진 기병이나 중무장보병의 총검이 아니라 '곡괭이'로 싸워 대제국을 세웠다고 합니다. 코르불로라는 로마군 명장의 표현입니다.
벤허 등 영화에서 본 화려해 보이는 로마군. 그들은 '기본'에 충실했습니다. 그들은 불과 하룻밤 사용할 숙영지도 우직하게 교본대로 건설했다고 합니다. 병사들은 숙지된 매뉴얼에 따라 자리를 잡고, 연설대와 성화대를 짓고, 천막을 설치하고, 숙영지를 청소하고, 식사를 준비했다는 겁니다. 모두 교본대로였습니다. 기본을 철저히 준비하는 것. 그것이 전성기 로마군의 힘의 원천이었습니다.
로마군은 창검이 아닌 곡괭이로 싸워서 이겼고, 대제국을 건설했습니다. 그럼 기업이나 '인생'에서는 어떨까요.
삶을 살아가면서 나에게 '창검'은 무엇이고, '곡괭이'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하찮아 보일 수도 있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기본이 되는 그 '곡괭이'가 무엇일지 말입니다.
그래서 이승엽의 펜스를 넘기는 멋진 홈런보다는 그가 늦은 밤 지루함을 참으며 묵묵히 배트를 휘두르는 배팅연습에 더 주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