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개발

노동 생산성 논쟁

falconer 2008. 3. 5. 13:33
이정환닷컴의 "노동 생산성 높이려면 노동시간부터 줄여라."라는 글에서 인상 깊은 구절.

"노동생산성이란 생산성을 노동으로 나눈 것이다.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곡괭이로 파는 것과 중장비로 파는 것이 같을 수없다. 시설 투자 늘리면 부쩍 늘어날 거고 기술 혁신도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자본투자나 기술 혁신은 하지 않고노동량만 늘리려고 한다.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낮은 비용을 들여 낮은 가격에 팔아먹던 시대는 지났다. 중국만해도 인건비가 우리나라의 3분의 1이다.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품질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가는 게 해답이다.노동생산성을 탓하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절약'과 '근면' 위에 이 나라를 세웠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갔다. 당시에는 '절약'과 '근면'이 성장의 핵심 요소였겠지만, 오늘날과 같은 지식 노동의 시대에는 '게으름'이 성장을 촉진시킨다.

여기서 말하는 '게으름'은 단순히 농땡이를 부리는 게으름이 아니라, 똑똑하게 일하는 '게으름'이다.
예를 들어서, 10,000 개의 워드 문서 안에 들어 있는 '노무현 대통령' 이라는 문장을 '이명박 대통령'으로 바꾸는 작업이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근면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다음과 같은 계산을 해볼 것이다. 워드 문서 1개 당 작업 시간이 5분이라고 가정하면 1시간에 12 개의 문서, 하루 안에 288 개의 문서를 수정할 수 있다 (잠도 안자고, 밥도 안먹고 화장실도 안가야 가능한 수치). 그러면 10,000 개의 문서를 수정하는데는 약 34 일이 소요된다. 일정을 단축하기위해 3~4 인 정도를 투입해서 화장실도 못가게 감시하고, 철야를 시키면 10일 내에 완료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게으른 사람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재미없고 단순반복적인 이런 일에 사람을 투입해서 인건비를 낭비하다니... 더 효과적이고 값싼 방법이 없을까? 분명 누군가가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해서 이미 문제를 해결해뒀을텐데...'. 이런 사람은 결국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Perl 로 예제 프로그램 참고하여 2 일만에 워드 문서를 고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2~3 시간 만에 10,000 개의 워드 문서를 전부 수정한 후, 혹시 오류는 없는지 몇 개의 문서를 샘플링하여 검토까지 마친 다음, 남는 시간에 놀거나 다른 일을 한다. Perl 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초보라고 하더라도 이 작업을 완료하는데 3일 이상 소요되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 생산성의 증가' 라는 용어는 철야하고 화장실 못가고, 휴일 반납해서 납기일을 맞추는 걸 지칭하는게 아니라, 이런 경우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적인 정서에선 이런 노동 생산성의 증가를 도모하기 어렵다고 본다. 남들은 워드 문서 열고 정신없이 Ctrl-F 눌러가며 문서 수정하고 있는데, 인터넷 서핑이나 하면서 농땡이 부리는 놈을 용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엔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터넷 서핑이 업무 고도화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걸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으름의 미덕'을 발휘한 노동 생산성 증가의 비애는 또 있다. 같은 동료로부터는 '원래 한 달 소요될 일을 네가 괜한 일을 해서 3일로 주는 바람에 일자리도 줄고, 임금도 줄어 버렸다' 고 비난받게 되고, 고용주는 생산성 증가의 profit 을 share 하거나 상을 주려고 하기 보다는 '그럼 일정이 예상보다 단축되었으니 남는 27 일간 다른 일 또 죽도록 해야지?' 하고 더 많은 일을 준다. 똑똑하게 일한 댓가가 상이 아니라 벌인 셈이다.

이런 문화나 사고 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똑똑하게 일해서 '노동 생산성 증가' 나 '업무 고도화'를 꾀하는 일은 요원하다. 현업의 실무자들과 이야기해보면 업무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그러나, 왜 그 수많은 괜찮은 아이디어가 기업 내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조용히 묻혀버리는지 CEO 나 중간 관리자들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출처 : http://swbae.egloos.com/pag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