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우리는 시간에 쫓기고 있다. 세계 질서가 크게 재편될 21세기가 불과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 따라잡아야 할 선진국은 멀리 있고 개도국들은 우리를 바짝 추격해 오고 있다.
이 사면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는 흡사 초한지에서 항우가 유방의 군대에 둘러싸여 처절하게 패망했던 것과 같은 결과를 면치 못할 것이다. 대공황이 닥쳐도 공황 때문에 망하는 기업은 별로 없다. 오히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만과 착각에 빠지기 때문에 망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먼저 비만아를 우량아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과 주변을 둘러 보자.
도마뱀은 위기에 처하면 꼬리를 잘라냄으로써 위기를 벗어난다. 얼마 후면 또다시 꼬리가 자라고 위기에 처하면 또 잘라낸다. 이것을 사람 사는 것과 비교하기에는 다소 논리의 비약이 없지 않지만 우리도 과감하게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해야 한다.
이건희의 '이건희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중에서 (동아일보사, 53p)
'위기의식'을 갖고 스스로 경계하고 반성하며 자신을 단련하는 조직과 개인. 그에게는 오히려 위기는 없습니다. 주변상황의 위기는 그에게는 말 그대로 '기회'가 됩니다.
조그마한 승리에 자만하거나, 아니면 내가 처한 상황에 '무감각'한 조직과 개인이 정말 위험합니다. 위기의식이 없는 그들이야말로 정말 위기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올해 들어 '샌드위치론'과 '경제위기론'을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9일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4, 5, 6년 뒤 아주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전에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경제에 두번의 경고를 던진 것이고, 동시에 자신과 삼성이라는 조직에 경고를 한 것입니다.
오랫만에 서가에 있는 제법 오래된 책을 꺼내보았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10년 전인 1997년에 쓴 '이건희 에세이'라는 책입니다. 그가 '위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1) 대공황이 닥쳐도 공황 때문에 망하는 기업은 별로 없다. 오히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만과 착각에 빠지기 때문에 망하는 것이다.
2)우리는 먼저 비만아를 우량아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과 주변을 둘러 보자.
3)도마뱀은 위기에 처하면 꼬리를 잘라냄으로써 위기를 벗어난다. 얼마 후면 또다시 꼬리가 자라고 위기에 처하면 또 잘라낸다. 우리도 과감하게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해야 한다."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자만이나 착각에 빠져있어서는 위험합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스스로를 경계하면서, 꼬리를 잘라내 위기를 벗어나는 도마뱀처럼 항상 과감한 변신을 해야합니다.
나는, 우리 조직은 지금 위기의식을 갖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무감각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거나 작은 성과에 자족하며 느슨하게 지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