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의 열정, 그리고 전설적인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 |
독일군 기관총 한 정이 상륙용 주정을 향해 총알을 퍼부어대는 통에 아름다운 프랑스로의 귀환에 대한 나의 꿈은 더욱 철저하게 망가졌다. 주정에서 내린 군인들은 물을 헤치며 나아갔다... 바닷물은 너무 차가웠고, 해안까지의 거리는 아직 100미터 이상 남아있었다. 내 주위로 총탄이 날아들어 물을 튀겼다. 나는 제일 가까운 철제 장애물을 향해 내달렸다. 병사 한 명도 나와 동시에 그 장애물 뒤로 뛰어들었다... 나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내가 숨은 강철기둥에서 벗어나려고 여러 번 시도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적의 총탄이 나를 쫓아왔다. 약 50미터 전방에 반쯤 불탄 수륙양용장갑차 한 대가 수면 위로 삐져나와 있었다. 로버트 카파의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중에서 (필맥, 183p) "If your photograph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 (만약 당신이 사진이 충분하게 만족스럽지 않다면,당신은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것이다) 전설적인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 그는 포토저널리스트로서 그 시대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담아내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썼습니다. 스페인내전, 중일전쟁, 2차대전, 중동전쟁, 인도차이나전쟁. 그 모든 전쟁터에서 그는 병사보다 더 적진 가까이에 다가가(close) 촬영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대상'에 충분히 가까이 다가갔던 그는 전설적인 사진들을 남겼습니다. 누구나 한번은 보았을, 그가 스페인 내전에서 촬영한 '병사의 죽음'. 참호에서 뛰쳐나와 총을 오른손에 든채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지는 공화군의 한 병사의 모습은 그의 지인들이기도 했던 피카소의 '게르니카',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함께 스페인 내전을 다룬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1944년 6월 6일의노르망디 상륙작전. 이 작전이 성공할지 여부도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그는 군인들과 함께 상륙정을 탔고, 독일군의 총탄이 빗발치던 오마하 해변에 내렸습니다. 상륙정에서 내렸지만 해안가까지는 100여미터가 남아있었고, 차가운 바닷물을 헤치고 전진해야 했습니다. 함께 상륙정을 탔던 군인들중 많은 이가 바다에서 죽었습니다. 6월6일 하루에만 2000여명의 군인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초점이 흔들리는, 오마하 해변에 상륙하는 군인들의 사진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1954년 그는 41세의 나이로 인도차이나전을 취재하러 갔다가 베트남에서 지뢰를 밟고 폭사했지만, 친구 존 스타인벡의 말 처럼, 우리에게 예술에 대한 존경과 성실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이후 ‘카파이즘’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철한 기자정신’이라는 뜻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지금 예술의전당에서 '로버트 카파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저도 가볼 생각입니다. 그의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뜨거운 열정을 갖고 나의 삶, 나의 목표에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지(close), 아니면 두려움에, 게으름에 목표의 주변부에서 맴돌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생각입니다. 주말입니다. 함께 카파의 사진들을 보면서 그의 치열했던 삶, 뜨거웠던 열정을 마음속에 담아 오면 어떨까요? |
출처 :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7.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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